요즘 ‘애국자’라는 단어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된다. 혹여 누군가들은 고리타분한 화두라고 생각하고 핀잔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국기를 흔들며 외치는 구호가 아니라, 국민 서로를 적으로 간주하거나 그렇게 선동하거나, 다른 신념이나 이념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지키고 돌보는 일, 같이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일, 내가 생각하는 애국은 그렇다.
TV를 틀기만 하면 고성이 오가는 국회의 전쟁터 같은 고함소리, 서로의 탓만 난무한 모습에 과연 국민은 안중에 있는 것인가.
열기만 하면 극과 극의 화두만이 정의라 외치는 각종 톡방, 남의 공을 가로채려는 비양심의 정치인들, 팩트가 불분명한 각종 퍼나르기 링크들. 그곳에 과연 우리 고양시민은 있는 것인가.
나는 이 고양시에서 30년을 살아왔다. 이곳에서 일했고, 가정을 꾸렸고, 시민들과 웃고 울었다.
KT 건물만 덩그러니 서 있던 중앙로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호수공원이 조성되고, 시민들의 삶이 채워지는 모습을 보아왔다.
그 변화의 과정 속에서 나는 ‘영상’이라는 일을 통해 지역을 기록했고, 그 인연으로 지역 정치인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정당인보다 시민으로 남고 싶다. 그래서 당의 울타리를 벗어나, 한 걸음 떨어진 자리에서 이성적인 관점으로 고양시를 바라보려고 한다.
고양시의 정치는 오랫동안 정당 중심의 구조에 갇혀 있다. 문제는 정치인들이 자신만의 철학과 전문성으로 시정을 이끌기보다 정당의 입김에 따라 손만 드는 거수기 정치에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스스로 판단하고 시민의 목소리로 말하는 의원은 불편한 존재가 된다. 당의 지시를 따르는 ‘소속 의원’만이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풍토, ‘당론’이라는 울타리 뒤에 숨어 시민은 점점 뒷전이 돼 간다.
행정의 연속성은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끊어지고, 정당 권력의 방향에 따라 정책은 흔들린다. 누가 이익을 얻는가가 중요한 시대, 정당의 권력에 집중된 구조 속에서 도시의 철학은 사라지고 시민의 행복은 밀려나고 있다.
이 모습은 지금의 중앙 정치와 닮아 있다.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 선택을 잃은 이유도 결국 같았다.
국민의 목소리보다 권력의 체면을 앞세우고, 비판을 적으로 규정하며, 국민의 고통을 정치 프레임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귀를 막고 바른 말을 피하며 아첨과 아부의 굿판에 몰두한 결과다.
하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도 달라진 것은 없다. 청사진은 보이지 않고,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불안한 배 위에 앉아 있는 느낌이다.
고양시 또한 다르지 않다. 지도자의 책임보다 변명의 언어가 많고, 도시의 철학과 비전은 여전히 안개 속에 있다. 그 속에서 시민은 여전히 방관자처럼 취급받고 있다.
지난 16년 동안 고양시는 수많은 변화를 약속받았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방송영상밸리와 테크노밸리는 지지부진하고, K-컬처밸리 아레나는 길 건너 불 구경으로 남았으며 창릉신도시는 교통대책조차 불투명하다.
또한 킨텍스와 MICE 산업은 무한 경쟁의 링 위에서 숙제만 남았고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확실한 소식 없이 표류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규제, 지방의 무능, 정당의 이해관계가 뒤엉켜 도시 발전의 동력은 사라졌다. 일자리보다 아파트가 많고, 아이 키우기보다 떠나기 쉬운 도시가 우려된다. 청년은 서울로, 기업은 타지역으로 떠나고,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소시민들은 한숨을 쉬고 있고 노인은 돌봄 없는 골목으로 밀려나고 있다.
고양시를 사랑한다면 이제는 ‘사람이 중심인 행정’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래서 정당보다 시민, 이념보다 실용, 구호보다 실행, 보여주기보다 듣는 정치, 이 4가지가 고양시가 되찾아야 할 가치다.
이 나라를 진정으로 걱정하고 사랑하는 정치 지도자가 있을까.
고양시와 고양시민을 위해 사리사욕 없이 낮은 자세로 봉사할 지도자가 있을까.
사익을 위해, 무리의 이익을 위해 두리번거릴 그 시간에 정치인들은 골목길과 버스정류장, 출퇴근 버스 안, 작은 가게 안, 어린이집, 그리고 평범한 가정 속 시민들 곁으로 가야 한다.
그 시민들의 삶이 무너진다면 국가도 도시도 존재 이유를 잃는다.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시민의 삶이 먼저 서야 한다.
나는 이 글을 쓰며 다시 나에게 묻는다.
그리고 이 도시를 사랑하는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고양시의회 의원으로서 묻는다.
나는 과연 시민을 먼저 생각하고 있는가.
권력보다 시민을, 정당보다 양심을, 말보다 실천을 앞세우고 있는가.
나는 그 답을 행동으로 증명하고 싶다.
그것이 이 시대의 진짜 애국이며, 고양시가 다시 살아나는 길이라고 믿는다.
뜬금없는 애국 이야기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지금 이 시대에 꼭 필요한 화두라고 생각한다.
애국은 멀리 있는 거대한 단어가 아니라, 내 곁의 사람을 지키는 마음이고, 내 도시를 바로 세우는 실천이다.
그것이 나의 국가를, 나의 도시를, 나의 가정을 지켜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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