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막사서 나들이 명소 재탄생…‘고양 나들라온’ 기억을 걷다
최정석 기자
standard@gsdaily.co.kr | 2025-10-01 13:26:25
내무반 체험 공간 눈길…자전거·도보여행 코스 좋아
한강 하구의 가을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날, 자유로를 따라 달리다 한적한 군막사 건물 앞에 차를 세웠다. 이곳은 과거 군인들이 나라의 경계를 지키던 통일촌 군막사였지만, 지금은 시민과 여행객을 위한 새로운 공간 ‘나들라온’으로 변신해 있었다. 막사 건물 앞에 서자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묘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입구에서 만난 안내 직원은 밝은 미소로 “여기는 원래 군인들이 머물던 곳이었는데, 병력이 철수한 뒤 시민들이 자유롭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나들라온’이라는 이름은 ‘나들이’와 ‘즐거움’을 뜻하는 순우리말 ‘라온’을 합쳐 만든 것으로, 편안하고 정겨운 느낌을 전했다.
막사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내무반 체험 공간이었다. 가지런히 접힌 군용 담요와 침상, 그리고 배낭과 군화가 실제 군 생활의 흔적처럼 놓여 있어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공간은 단순한 전시를 넘어 세대 간 소통의 장으로도 기능하고 있었다.
내부를 더 둘러보니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넓고 쾌적한 라운지에는 편안한 소파와 테이블이 놓여 있어 카페를 연상시켰다. 군 막사라는 과거의 흔적은 사라지고, 현대적인 휴식 공간으로 재탄생한 모습이었다. 라운지에서 차를 마시며 쉬고 있던 한 자전거 동호인은 “이곳 덕분에 라이딩이 더 즐거워졌어요. 군대 이야기도 나누고, 강변 풍경도 감상할 수 있어 자주 찾게 됩니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건물 뒤편으로 나가면 또 다른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어둡고 좁은 지하통로가 자유로 아래로 이어져 있었는데, 이는 과거 군인들이 철책 근무를 위해 오가던 길이었다. 지금은 그 통로 끝에 자전거길이 연결되어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기자가 그 길을 따라 걸으니 철책 너머로 한강이 펼쳐지고, 바람에 흔들리는 풀 사이로 새소리가 들려왔다.
한강 하구는 1980년대 무장공비 침투 시도가 있었던 역사적 현장이다. 그 긴장감이 서린 철책선을 마주하니 단순한 여행지 이상의 의미가 다가왔다. 과거 경계와 긴장의 공간이 이제는 누구나 편안히 찾을 수 있는 쉼터로 변모한 아이러니가 깊은 울림을 남겼다.
서울에서 차로 한 시간 남짓이면 닿는 가까운 거리, 나들라온은 당일치기 여행지로도, 자전거와 도보 여행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과거의 흔적과 현재의 여유가 공존하는 이곳은 단순한 쉼터를 넘어 ‘기억을 걷는 여행지’로서 새로운 매력을 품고 있었다.
[ⓒ 현장 중심 ‘경서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