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으로 시작된 진심, 열정의 무대로 펼치다
김가연 기자
minjoo@gsdaily.co.kr | 2025-12-05 18:20:41
화성시문화관광재단 아르코공연연습센터 대연습실 현장. 툴뮤직장애인예술단의 첫 정규앨범 ‘HARMONY : 화성’ 발매 기념 쇼케이스가 환호와 여운 속에 큰 호응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현장은 단순한 음반 발표를 넘어, 녹음된 음악이 무대 위에서 다시 살아나는 순간이자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지우는 예술의 현장’으로 자리했다.
공연은 안초희 예술감독 겸 지휘자의 인사말로 시작됐으며 사회는 정은현 툴뮤직 대표가 맡았다. 이어 김용기 대종영화제 조직위원장과 안필연 화성시문화관광재단 대표가 축사를 전하며 이번 앨범이 지역 기반 장애예술이 세계로 확장되는 중요한 출발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관계자들은 “이번 무대는 단순한 발표회가 아니라, 예술가들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 무대 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한 자리”라고 평가했다.
첫 연주는 피아니스트 김경석이 맡았다. 그는 하이든 ‘Keyboard Sonata in E Major, Hob. XVI:31’ 전 악장을 연주하며 정확한 테크닉과 섬세하고 절제된 감성을 선보였다. 발달장애를 가진 그는 연주 내내 흐트러짐 없는 집중력과 깊은 표현력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현장 관계자들은 그의 연주가 “테크닉을 넘어서 음악에 대한 순수한 진심을 전달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테너 신형섭은 ‘Non ti scordar di me(나를 잊지 말아요)’와 ‘Core ’ngrato(무정한 마음)’, 한국 가곡 ‘뱃노래’를 연이어 선보였다. 이탈리아 유학 중 뇌경색으로 쓰러졌던 그는 긴 재활 끝에 다시 무대에 올랐으며, 이날 무대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다시 노래하는 삶’을 증명하는 장면으로 기록됐다. 그의 목소리는 서정성과 강인함을 동시에 담아내 관객으로부터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공연의 마지막은 왼손 피아니스트 이훈이 장식했다. 그는 슐호프의 ‘Suite No.3 for Piano Left Hand, WV 80’ 중 Air와 Zingara를 연주하며 한 손만으로도 완벽한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뇌졸중 이후 오른손과 오른다리를 잃은 그는 이번 무대를 통해 예술이 재활의 과정이자 존재의 증명임을 보여줬다. 그의 연주가 끝나자 객석에서는 긴 침묵이 이어졌고, 곧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왔다.
무대가 마무리된 뒤 진행된 CD 증정식과 사진 촬영 시간에서도 관객과 연주자들은 감동의 여운을 이어갔다. 공연을 지켜본 관객들은 “단순한 음악회가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가 음악이 되어 흐르는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정은현 툴뮤직 대표는 “이번 쇼케이스는 한국 장애예술이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니라 창조 주체임을 보여준 자리였다”며 “이 무대를 시작으로 예술단이 국내를 넘어 국제 무대에서도 평가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툴뮤직장애인예술단이 발매한 정규 1집 ‘HARMONY : 화성’은 주요 음원 플랫폼에서 감상할 수 있다. 앨범은 하이든의 고전 소나타부터 이탈리아 칸초네, 한국 가곡, 그리고 왼손 피아노 레퍼토리까지 총 11트랙으로 구성됐다.
[ⓒ 현장 중심 ‘경서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